눈먼자들의 도시
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게 된다면, 그리고 나만 볼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.
그런 상상에서 출발한 이 영화, 책은 읽지 않았지만 영화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.
늘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영화는 너무 함축적이거나 싱거울 수 있겠지만...
1) 사람의 본성이라는 것,
누군가를 짓밟으려하는 이기심.
최근에 본 어떤 책 제목은 행복하려면 이기적이 되라 라는 말도 있던데,
그 나름의 일리는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영화에서 말하는 그 이기심.
아, 이기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약한 것 같다. 인간의 추악함, 죄악됨이 여실히 드러난다.
2) 영화적 상상에 상상을 덧붙인 허망한 이야기가 아니라
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내가 이해한데서 진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
인간적이라는 것, 살기 위해 발버둥치면서 남을 짓밟는 모습을
짧은 삶 속에서도 많이 목격했던 것 같아서.
나 또한 어느 누군가에게 그런 모습으로 보여지지 않았나,
내가 가진 어떤 지푸라기라도 검이라도 된 것처럼 휘두르지는 않았나.
3) 인상깊었던 장면은
맨 처음 감염자(눈이 멀게 된 것이 감염된 것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편의상)가 다시 보게 된 마지막 장면에서
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던 동행했던 흑인노인의 표정이었다.
모두가 어렵고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서로 의지하면서 그 상황에서의 행복감을 느끼던 그들 가운데
맨 처음 감염자의 다시 보게 되었다는 사실은 그에게 평생에 누려보지 못한 평화를 깨뜨린 일이었다.
흑인노인의 표정은,
나와 같이 힘들었던 사람이 이제 다른 사람이 되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 같았다.
누군가가 얻은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상실이 될 수 있다는 것. 비극이다.
4) 강자에게 약하고, 약자에게 강하며, 자신인지 알 수 없을 때 추악함의 끝까지 내려간다.
그럼에도 서로 도우면 평화를 만들 수 있으나,
다시 그 속에서 또 다른 차이를 만들고 다시 어떠한 본성의 끝을 향한 씨앗을 남긴다.
되풀이되는 인간의 모습, 벗을 수 없는 인간의 본성... 암울한 느낌이다.
5) 이 영화는 희망을 보여주기도 하지만, 인간은 이러하다는 얘기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.
인간은 이러하다. 인간성에 대한 고발. 이런 류의 영화들이 요즘 너무 많다.
인간은 이렇게 살아야 해 라는, 억지로 손을 잡고 이끌어가는 것도 이상하지만,
인간은 이것밖에 안되는 존재야 라는 반복적 각인보다 인간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고
그것으로 많은 변화를 만들 수 있어 라는 그런 메시지를 누군가 영화를 통해 세련되게 풀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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